[칼럼] 선행보다 후행, 아이들의 수학을 다시 바라보다. 하와이클래쓰 대표이사 박종화
- howhyceo
 - 9월 6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9월 12일

한국 교육의 풍경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선행학습입니다. 초등학생이 중학교 수학을 배우고, 중학생이 고등학교 문제집을 푸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함을 덜고 싶고, 학생 입장에서는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으니, 모두가 앞다투어 앞으로만 달려가는 것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보면, 선행학습의 성과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합니다. 앞으로 간 만큼, 뒤가 허전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풀 줄은 아는데, 왜 그렇게 푸는지 개념적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또 고등학교에서 수능으로 올라올수록 작은 빈틈이 누적되어 성적이 무너지는 아이들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선행의 허상, 후행의 가치
선행학습은 마치 미리 달려가는 달리기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똑같은 결승선에 도착했을 때, 제대로 호흡을 맞춘 아이가 끝까지 뛰는 힘을 발휘합니다. 반대로 중간에 페이스를 잃은 아이는 일찍 뛰어도 결국 따라잡히거나 무너집니다.
저희가 하와이클래쓰 체험단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학습 결손은 선행과 현행 학습 사이의 간극에서 많이 발생했습니다. 선행으로 미리 배웠다고는 하지만, 막상 학교 수업이 시작되면 이전에 배운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진도를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학습 공백이 쌓이고,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요한 개념을 놓쳐버립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후행학습, 즉 놓친 개념을 되짚고 복원하는 공부입니다. 아이가 현재 틀린 문제를 단순히 실수라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함수 문제를 틀린 원인이 사실은 중학교 좌표 개념 부족이라면, 거기서부터 다시 잡아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선행으로 쌓은 건물도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와 교사의 입장에서 본 후행학습
부모님들은 자녀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 가장 안타까워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를까?"라는 질문의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노력의 방향이 틀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매일 수십 문제를 풀었더라도, 그 문제들이 본인의 약점을 메워주지 못한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교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업 시간에 아이가 어떤 개념을 모르는지 알아내는 데만 많은 시간을 씁니다. 진짜 가르쳐야 할 건 그 다음인데, 원인 파악만 하다가 수업이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행학습은 교사에게도 아이의 학습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효율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접근입니다.
후행학습은 아이의 자신감을 되찾는다
무엇보다 후행학습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줍니다. 선행은 앞으로만 보게 합니다. 남보다 빨리 가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아이들은 금세 지칩니다. 반대로 후행은 아이가 "내가 왜 틀렸는지"를 이해하게 만들고, 작은 구멍을 스스로 메우며 성취감을 느끼게 합니다.
저는 많은 아이들이 후행학습을 통해 "아, 그래서 내가 막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보았습니다. 그때 아이들의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안도감이, 무기력 대신 의지가 자리 잡습니다. 교육은 결국 아이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맺으며: AI 시대, 후행학습의 현실화, 하와이클래쓰
이제 교육도 기술과 만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아이가 어떤 문제에서 막혔는지를 분석하고, 그 원인을 과거 단원까지 추적해낼 수 있습니다. 즉, 후행학습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희 하와이컴퍼니 역시 이런 관점에서 AI 기반 학습 서비스 하와이클래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왜 막혔는지를 보여주고 그 뿌리를 복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단순히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단단히 발을 디디고 있느냐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선행보다 후행, 저는 그것이 아이들의 수학을 지켜주는 진짜 힘이라고 믿습니다.






